AI 윤리

AI 알고리즘 차별 문제와 한국 법 제도의 대응 현황

dailyonenews 2025. 7. 3. 08:41

 알고리즘이 만든 결정이 인간보다 공정할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일지도 모른다

AI는 객관적이고 감정이 없다는 점에서 인간보다 더 공정할 것이라는 믿음이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AI가 만들어낸 차별과 편향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그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채용, 금융, 의료, 교육, 공공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적용되면서 오히려 특정 집단에 불리한 판단을 내리거나, 과거의 불균형한 데이터를 그대로 학습해 차별을 재생산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차별이 인간의 고의가 아닌 알고리즘에 내재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한국 역시 이러한 AI 알고리즘의 차별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법적·제도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AI 알고리즘에서 왜 차별이 발생하는지를 이해하고, 한국이 현재 어떤 방식으로 이를 규제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제도 개선이 필요한지를 체계적으로 살펴본다.

AI 알고리즘 차별 문제와 한국 법 제도의 대응

 알고리즘이 차별을 만드는 구조적 이유

 

AI 알고리즘은 학습 데이터에 기반하여 예측하거나 판단한다. 그런데 이 데이터가 과거의 인간 활동 기록에서 비롯된 것이며, 거기에는 이미 성별, 인종, 지역, 학력 등에 따른 사회적 편향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과거 10년간의 채용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여성보다 남성을 더 많이 채용했다면, 이는 AI가 여성 지원자의 이력서를 자동으로 탈락시킬 가능성을 내포하게 된다. 이처럼 기계는 의도하지 않더라도 ‘데이터의 편향’을 그대로 반영하거나 심지어 강화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알고리즘 자체가 블랙박스처럼 작동하여, 결정 과정이 설명 불가능(Explainability 부족) 하다는 점이다. 이는 차별이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조차 모호하게 만든다. 이런 복잡한 특성 때문에 AI 알고리즘의 차별 문제는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 법적·윤리적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 법 제도는 AI 차별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한국은 아직까지 ‘AI 차별 방지법’과 같은 직접적인 법률은 존재하지 않지만, 여러 관련 법률을 통해 간접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개인정보보호법국가인권위원회법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자동화된 결정에 대해 정보 주체가 설명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AI 판단이 차별적이거나 불합리한 경우 그 이유를 확인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1년 ‘AI와 차별’에 대한 정책 권고를 발표하며,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AI 시스템에 사전 윤리검토 및 인권 영향평가를 적용하라고 제안한 바 있다. 더불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3년 ‘AI 신뢰 기반 마련 종합대책’을 통해 편향 방지 가이드라인알고리즘 공정성 점검 도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규제는 모두 비강제적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의무적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

 

 실효성 있는 대응을 위한 법 제도 개선 방향

 

AI 알고리즘의 차별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제 단순한 권고 수준을 넘어 법 제도화가 필요한 단계에 와 있다. 첫째, AI 시스템이 자동으로 결정을 내리는 분야(채용, 금융, 의료 등)에 대해서는 사전 윤리 심사제도알고리즘 인증제 같은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둘째, AI 개발자는 자율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편향성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 의무를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 셋째, 피해자가 자신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설명요구권, 이의제기권, 알고리즘 감사 요청권 등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산업계는 단순히 법을 피하는 수준이 아니라, 윤리적 설계와 사회적 책임을 조직의 핵심 가치로 받아들여야 한다. EU의 ‘AI 법(AI Act)’처럼 위험 수준에 따른 규제를 세분화하고, 고위험 AI 시스템에는 엄격한 검토 및 사전 등록 의무를 부여하는 방식도 한국에 적절히 적용될 수 있다. 기술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확보될 때만이, AI는 신뢰받는 도구로 자리 잡을 수 있다.

 

 AI 차별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정의의 문제다

 

AI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차별은 단순한 기술 결함이 아니라, 과거의 불평등한 구조가 디지털 세계에 재현되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한국은 관련 법제도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왔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조치가 가이드라인 수준에 머물러 있고, 강제성이 부족하며, 피해자 구제 체계도 미비한 실정이다. 기술의 발전은 빠르지만 법과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이 간극을 줄이지 않으면 AI는 사회적 갈등의 도구가 될 수 있다. AI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기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정책, 법률, 윤리, 그리고 사회적 공감대가 함께 구축될 때만이 우리는 AI가 공정한 도구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지 규제가 아니라, 신뢰받을 수 있는 기술 환경을 설계하는 제도적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