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윤리와 인권은 어떻게 충돌하고, 어떤 기준으로 조율해야 하는가?
AI 기술의 윤리적 기준과 인권 보장이 충돌할 때, 우리는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가?
AI 기술이 급속도로 사회 각 영역에 확산되면서, 우리는 점점 더 자주 ‘윤리’와 ‘인권’이라는 두 개념의 교차 지점에 서게 된다. AI 윤리는 기술이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공정하게, 책임 있게 작동하도록 하는 규범을 뜻하며, 이는 알고리즘 설계, 데이터 수집, 시스템 운영 전반에 적용된다. 반면 인권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보장받아야 할 보편적이고 불가침한 권리로, 프라이버시, 표현의 자유, 평등권, 자기결정권 등을 포함한다. 문제는 AI 윤리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공공안전을 위해 얼굴인식 기술을 강화하면 감시사회화로 인해 프라이버시가 침해되고, 온라인 혐오 표현을 억제하기 위한 AI 필터링은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수 있다. 또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을 줄이기 위해 ‘데이터 균형’을 맞추는 시도조차, 개인의 자기결정권이나 정보 권리에 저촉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AI 윤리와 인권이 충돌하는 구체적 사례들을 살펴보고, 이 둘을 어떻게 조율해야 할지 기준과 방향을 제시한다.
AI 윤리 구현 과정에서 인권과 충돌하는 주요 사례
AI 윤리를 강조하는 정책이나 기술적 조치가 오히려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대표적으로 공공안전을 이유로 한 얼굴인식 기술의 사용 확대는, 범죄 예방이나 출입 통제 등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만, 동시에 시민의 얼굴 정보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저장함으로써 사생활 침해, 위치 추적, 사회적 감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프라이버시권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요소다. 또 하나의 사례는 콘텐츠 필터링 AI이다. 플랫폼 기업은 혐오 표현, 가짜 뉴스, 불쾌한 콘텐츠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AI 알고리즘을 운용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당한 비판, 소수자 담론, 예술 표현 등까지 무분별하게 검열당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핵심 인권과 직접 충돌하는 지점이다. 더 나아가, 알고리즘 편향을 줄이기 위해 ‘성별, 인종, 연령’ 등 민감한 정보를 일부러 AI 학습에 포함하는 경우, 민감정보 처리에 대한 동의 여부가 불분명해지고, 개인 정보 보호권이 침해될 수 있다. 결국 AI 윤리는 기술의 도덕적 기준을 만들려는 시도이지만, 그 기준이 인간의 권리와 대립할 경우, 윤리조차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역설이 발생한다.
AI 윤리와 인권이 충돌하는 구조적 원인
AI 윤리와 인권이 충돌하는 근본 원인은, 이 둘이 기준과 관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AI 윤리는 시스템 설계와 운영 과정에서의 위험 최소화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보통 집단적 이익 또는 사회 전체의 안정을 우선시한다. 반면 인권은 개별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철학적 기반을 가진다. 이 차이는 AI 시스템이 전체 최적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소수의 권리를 희생시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게 한다. 예를 들어, 범죄율이 높은 지역에 치안 AI를 집중 배치하는 건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해당 지역 주민은 과잉 감시와 낙인 효과로 인해 차별을 경험하게 된다. 또 다른 구조적 원인은 기술 주도의 정책 결정 방식이다. 정부나 기업이 AI 기술의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인권 영향 평가를 생략하거나 형식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기술은 빠르게 확산되지만, 그 기술이 인권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에 대한 검토와 대응은 늦어진다. 기술이 선도하고 법과 인권이 뒤따르는 현재의 흐름은, AI 윤리와 인권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AI 윤리와 인권의 조화를 위한 제도적·사회적 기준 제안
AI 윤리와 인권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술 중심의 윤리 기준을 ‘인권 중심의 통제 원칙’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첫째, AI 기술을 개발하거나 도입할 때는 인권 영향 평가(HRIA: Human Rights Impact Assessment)를 필수적으로 시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윤리 원칙을 수정·보완하는 하향식 설계가 필요하다. 기술이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아니라, 인권을 중심으로 기술을 조정해야 한다. 둘째, AI 윤리 기준은 단일 기관이 정하지 않고, 시민사회, 인권 전문가, 기술자, 철학자 등이 참여하는 다자 거버넌스를 통해 도출되어야 한다. 셋째, 윤리 기준 자체가 인권의 보편성을 반영해야 하며, 소수자·약자 보호 원칙을 기본으로 설정해야 한다. 넷째, AI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작동하더라도, 사용자는 언제든 결정 과정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이의를 제기하며, 자신의 정보를 삭제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 이는 기술적 설계뿐만 아니라 법적 장치를 통해 강제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는 기술의 윤리적 목표를 ‘공공선’이나 ‘사회적 효율’로만 정의하지 말고, 인간 존엄과 기본권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균형을 잡는 철학적 기준을 확보해야 한다.
기술의 윤리는 인권의 적이 아니라,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AI 윤리는 인권을 침해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윤리는 사람을 해치지 않기 위해 존재하며, AI 기술이 아무리 복잡하고 효율적이라 해도, 인권이라는 절대적 기준 앞에서는 후순위로 조정되어야 한다.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이며, 그 도구가 인간의 권리를 해치는 순간, 그 어떤 윤리도 정당성을 잃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AI 윤리와 인권이 충돌할 때, 기술의 윤리를 인권이라는 거울에 비춰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인권 중심의 윤리, 권리 기반의 기술 거버넌스가 지금 필요한 방향이다. AI는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지만, 그 미래가 인간의 권리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 AI 윤리는 인권을 제한하는 틀이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