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윤리

AI 알고리즘에 의한 차별 판단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

dailyonenews 2025. 7. 23. 03:13

  무의식적 차별이 알고리즘을 통해 구조화될 때, 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AI 알고리즘은 많은 경우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도구로 여겨진다. 그러나 데이터와 수학적 모델에 기반한 이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중립’하지 않다. 인간이 설계한 모델, 인간이 수집하고 가공한 데이터, 인간 사회의 불평등을 반영하는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알고리즘은 의도하지 않게 특정 집단을 배제하거나 차별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차별이 인간의 고의적 판단이 아닌 '기계적 결과'로 포장되면서, 그 책임은 희미해지고 피해는 구조화된 상태로 반복된다는 점이다. AI에 의한 차별은 채용, 대출, 보험, 교육, 의료,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기회 박탈, 불공정한 처우, 낙인효과 등 중대한 피해를 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AI 차별 문제를 명확히 규정하거나 제도적으로 대응할 구체적 기준과 절차가 부재한 상황이다. 본 글에서는 AI 알고리즘이 차별을 일으키는 구조를 살펴보고, 이를 법적으로 어떻게 정의하고 규제할 수 있을지, 제도화를 위한 방향을 모색한다.

AI 알고리즘에 의한 차별 판단

  AI 알고리즘 차별의 메커니즘과 실제 사례

 

AI 알고리즘에 의한 차별은 대부분 데이터 편향, 모델 설계, 알고리즘 작동 방식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과거 채용 데이터에 남성 위주의 채용 관행이 반영되어 있다면, AI는 남성 지원자의 이력서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처럼 과거의 차별이 데이터에 포함되어 있고, AI는 이를 학습하여 ‘미래의 판단 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는 보험 요율 산정에서 특정 지역, 성별, 나이대를 기준으로 위험도를 높게 평가하여 불이익을 주는 경우다. 이는 통계적 근거를 내세운 정당한 분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상 집단 차별을 제도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국내에서도 이미 AI 기반 면접 시스템에서 피부색, 억양, 표정, 말투 등에 따라 부정적인 평가가 내려졌다는 논란이 있었으며, 부동산 앱에서 특정 지역이나 인종이 배제되는 방식으로 매물 정보가 필터링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현상은 AI가 차별을 드러내지 않고 ‘자연스러운 판단’처럼 포장하면서, 사회적 문제를 더 은밀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피해자가 존재함에도 책임을 명확히 물을 수 없고, 차별을 입증하기 어려운 구조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AI 차별 문제의 법적 공백

 

현재 한국의 법제도는 AI 알고리즘에 의한 차별을 명확하게 정의하거나 처벌하는 근거가 거의 없는 상태다. 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 개별법에서는 차별금지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 인간 행위자에 대한 직접적 차별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AI 시스템에 의한 구조적 차별에는 적용이 불분명하다. 특히 AI가 자동으로 처리한 판단에 대해, ‘차별적 의도’가 있었는지, ‘인과관계’가 어떻게 성립하는지, 피해자가 이를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기준이 전무하다.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와 학습 데이터는 기업의 영업비밀로 보호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피해자가 차별을 당했다는 사실조차 접근할 수 없고 설명받을 권리도 보장되지 않는다. 인권위원회 차원의 권고는 가능하지만, 강제력이 없고 사법적으로 구제받기도 어렵다. 또한, 행정기관이 사용하는 알고리즘 역시 사전 검증 없이 도입되는 경우가 많아, 공공영역조차 차별의 리스크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이러한 제도적 공백은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침투하는 현시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AI 차별 판단의 제도화를 위한 법·제도적 방향 제안

 

AI 알고리즘에 의한 차별을 제도화하려면, 우선 ‘AI에 의한 차별’을 명확히 정의하고 법적 개념으로 독립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의도적 차별뿐 아니라, 결과 중심의 차별(Result-based Discrimination)도 포함해야 하며, 알고리즘이 특정 집단에게 체계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반복적으로 도출할 경우 이를 ‘차별’로 인정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 AI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와 설명 가능성 강화가 핵심이다. 기업과 공공기관은 알고리즘의 작동 구조와 데이터 출처를 공개해야 하며, 특히 고위험 AI 시스템은 ‘차별 영향 평가(Discrimination Impact Assessment)’를 사전에 의무화해야 한다. 셋째, 피해자가 차별을 입증하기 어려운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입증책임 전환 제도를 도입하고, 공공기관 또는 제3의 독립기구가 알고리즘을 분석할 수 있는 감시 권한을 가져야 한다. 넷째, 차별 발생 시 이의 제기 및 구제 절차를 공식화하고, 피해자 보호와 배상을 위한 공공기금, 법률지원, 집단소송제도를 연계하여 실질적인 보호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차별 가능성이 높은 AI 시스템에 대해서는 인증제, 규제 샌드박스, 사회적 감시 체계 등을 통해 제도와 기술, 시민권이 균형을 이루는 규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술은 가치중립적이지 않으며, 차별을 방지할 책임은 반드시 인간에게 있다.

 

  AI가 차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차별을 방관한 결과다

 

AI 알고리즘이 사회적 불평등과 편견을 증폭시키는 것은 기술 자체의 오류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차별을 내포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불투명한 시스템을 허용하고, 제도적 감시를 게을리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AI는 인간이 설계한 결과물이며, 그 결정은 결국 인간 사회의 가치와 구조를 반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기술의 중립성이라는 신화를 버리고, AI에 의한 차별을 명시적으로 제도화하고 책임을 규명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누구도 차별당하지 않을 권리는 기술의 발전 속도보다 앞서야 하며, 사회는 그 권리를 보장할 책임이 있다. AI의 공정성은 기술적 정교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제도적 통제의 결합을 통해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