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윤리

금융 AI의 판단 오류에 대한 책임 분배 방식

dailyonenews 2025. 7. 22. 10:31

  금융 결정의 책임자가 사람이 아니라 AI가 될 때, 우리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금융 산업은 AI 도입 속도가 가장 빠른 분야 중 하나다. 개인 신용평가, 대출 심사, 주식 투자, 리스크 분석, 이상 거래 탐지 등 수많은 핵심 금융 업무에서 인공지능 기반 알고리즘이 사람의 판단을 대신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금융의 효율성과 속도, 비용 절감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과 논쟁도 불러오고 있다. 특히 AI가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이로 인해 금융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의 주체는 누구이며,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부각된다. 예를 들어, AI가 대출 심사에서 고의 없이 편향된 판단을 내려 특정 계층을 탈락시킨다면, 그것은 실수인가 차별인가? 투자 판단 알고리즘이 잘못된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을 왜곡했다면, 기술 개발자에게 책임이 있는가, 아니면 금융기관인가? 본 글에서는 금융 AI의 판단 오류가 실제로 어떤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지, 현재 책임 분배 체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그리고 바람직한 책임 구조는 무엇인지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금융 AI 판단 오류에 대한 책임 분배 방식

  금융 AI 판단 오류의 유형과 피해 사례

 

금융 AI의 판단 오류는 단순한 기술적 실수가 아니라 직접적인 금전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 사례다. 대표적인 유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신용 평가 오류다. AI가 학습한 데이터가 과거 특정 지역, 직업, 성별, 나이대에 대한 편향을 내포하고 있을 경우, 무고한 이용자가 대출 거절, 높은 금리 적용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둘째, 투자 알고리즘의 오작동이다. 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가 잘못된 예측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거나, 고위험 자산 비중을 과도하게 설정할 경우 개인 투자자는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셋째,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의 과잉 감지 또는 누락이다. 정상적인 거래가 차단되거나, 반대로 사기성 거래를 놓치는 경우 고객 피해뿐 아니라 금융기관 자체의 법적 책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 투자 실패, AI 신용평가 차별, 자동화 대출 시스템 오류로 인한 소비자 피해 사례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 AI의 판단 오류는 개인의 삶에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손해를 입히며, 사고의 파급력은 매우 크다.

 

  금융 AI에 대한 책임 구조와 국내 법제도의 적용 한계

 

현행 한국 법제도는 금융 AI의 판단 오류에 대해 명시적으로 책임 분배 기준을 정하고 있지 않다. 금융기관은 ‘고객에 대한 최선의 이익(Fiduciary duty)’을 져야 한다는 원칙을 따르지만, 이 의무가 AI를 통해 수행될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현재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전자금융거래법,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 제조물 책임법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는 사고가 난 후의 손해 배상에 한정된 사후적 대응이다. 게다가 AI가 자율적으로 판단했을 경우, ▲개발사, ▲AI 모델 설계자, ▲데이터 제공자, ▲금융기관 간의 책임 분산 구조로 인해 피해자는 누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할지조차 판단하기 어렵다. 금융기관이 “AI가 판단한 것이므로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 소비자가 책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AI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해석해야 하는데, 이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현행 법은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을 금융기관의 의무로 명시하고 있지 않으며, 소비자는 AI의 결정이 어떤 근거로 내려졌는지조차 알 수 없다. 현재 한국의 법 체계는 기술의 복잡성과 자율성에 비해 책임 구조가 지나치게 단순하거나 공백이 존재하는 상태다.

 

  금융 AI 책임 분배 체계 정립을 위한 제도적·정책적 방향

 

금융 AI 판단 오류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책임 분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현실을 반영한 입법적·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첫째, 금융기관이 AI를 도입할 경우, 그 결과에 대한 1차적 책임을 금융기관이 지도록 하는 ‘책임 집중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 이는 소비자 보호의 관점에서 신뢰 기반을 형성할 수 있다. 둘째,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해서는 사전 검증 제도와 위험 평가(AI Impact Assessment)를 의무화하고, 모델의 의사결정 기준, 학습 데이터 특성, 오류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한 외부 감사를 정례화해야 한다. 셋째, AI 판단에 따라 금융상품이 제공되거나 거래가 차단될 경우, 소비자에게는 반드시 사유 설명 권리, 이의 제기권, 수동 검토 요청권(opt-out)을 보장해야 한다. 넷째, 금융 당국은 AI 판단 오류에 대한 분쟁조정 프로토콜과 신속한 피해 구제 절차를 마련하고, ▲집단소송 가능성 확대, ▲공익적 소비자 보호 단체 지원, ▲책임보험 제도 등을 연계해 실질적 보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금융기관은 단순히 ‘AI를 사용한 결과’라고 면책되지 않도록, AI 활용 과정 전반에 대한 윤리 및 법적 책임을 명시적으로 내부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책임의 명확성은 금융 AI 시대의 신뢰를 결정짓는 핵심이다.

 

  책임이 불분명한 금융은 신뢰받을 수 없다

 

AI가 판단한 금융 결정이 실질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시대, 책임의 소재가 불분명하다면 그 시스템은 위험하다. 금융은 신뢰 위에 서 있어야 하며, 신뢰는 책임의 구조가 명확할 때에만 가능하다. 지금까지의 법제도는 기술 중심, 공급자 중심의 관점에 머물러 있었지만, 앞으로는 소비자 중심, 피해자 관점에서의 책임 분배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AI는 결정을 대신할 수는 있어도, 책임까지 면제해주는 면허가 될 수 없다. 금융기관, 기술 개발자, 데이터 제공자, 감독기관 모두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이해하고 체계화할 때, AI 기술은 금융 산업의 미래를 안전하게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금융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제도와 윤리를 함께 설계해야 하는 고위험 기술이다. 우리는 기술보다 먼저 책임을 설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