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윤리

인공지능 의료 진단의 법적 효력과 윤리 쟁점

dailyonenews 2025. 7. 7. 20:04

  AI가 의사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시대, 법과 윤리는 어디에 있는가?

AI 기술은 이제 단순한 보조 기술이 아니라, 의료 판단의 핵심 도구로 진입하고 있다. 특히 영상 분석, 병리 진단, 유전자 분석, 처방 추천 분야에서는 이미 사람보다 더 높은 정확도를 보이는 AI 시스템이 등장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폐암 진단, 유방암 조직 분석, 피부암 탐지 등에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으며, 의사의 진단을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수준까지 도달한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처럼 AI가 ‘의료 행위’에 직접 관여하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그에 걸맞은 법적 효력과 윤리 기준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AI가 잘못된 진단을 내렸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AI의 진단을 의료 행위로 인정할 수 있는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판단을 비인간적 알고리즘에 위임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한가? 이런 질문들은 단순히 기술 문제가 아닌, 법적 정의와 윤리 철학의 경계에 놓여 있다. 본 글에서는 AI 의료 진단의 법적 지위와 효력, 그리고 의료 현장에서 제기되는 주요 윤리 쟁점을 분석한다.

인공지능 의료 진단의 법적 효력과 윤리 쟁점

  AI 의료 진단의 법적 효력 – 의료 행위로 볼 수 있는가?

 

현재 한국의 의료법은 ‘의료 행위’를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등 면허가 있는 자가 행하는 진단, 처방, 치료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AI가 내리는 진단은 ‘의료 행위’로 인정되지 않으며, 법적으로는 참고 정보 또는 보조 시스템의 위치에 머무른다. 예를 들어, AI가 특정 질병 가능성을 분석하고 위험도를 알려주더라도, 최종 진단은 여전히 의사의 몫이며, 법적 책임도 의료인에게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AI가 제시하는 판단을 사실상 진단 수준으로 수용하거나, 그 결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문제는 AI의 판단이 틀렸을 경우, 이 오류에 대해 의사, 병원, AI 개발사 중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한 법적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현재까지는 대부분 의사가 책임을 지는 구조지만, 고도화된 AI가 의료 행위를 대체하는 경우에는 제조물 책임법, 과실 책임, 공동 책임 구조 등 복잡한 법적 해석이 필요해질 수밖에 없다.

 

  의료 현장에서 제기되는 윤리적 쟁점

 

AI 의료 진단은 윤리적으로도 여러 가지 민감한 질문을 낳는다. 첫째는 설명 가능성의 부족(Explainability)이다. 대부분의 AI 의료 진단 시스템은 딥러닝 기반의 ‘블랙박스 모델’로 작동하며, 어떤 근거로 그런 진단을 내렸는지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환자는 자신의 병명이나 치료 방향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만, AI는 "이 결과는 알고리즘이 그렇게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모호한 답변만 제공할 수 있다. 둘째는 데이터 편향성과 불공정성이다. AI는 학습 데이터에 따라 판단하는데, 특정 연령대, 성별, 인종, 지역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왜곡돼 있다면, 일부 환자 집단에 불리한 결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셋째는 환자의 동의와 자기결정권 문제다. 환자가 자신도 모르게 AI 진단을 받았거나, AI의 권고를 강제로 따르게 되는 구조라면, 이는 의료 윤리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로 간주될 수 있다. 이처럼 AI 의료 진단이 활성화될수록 환자의 권리 보호와 **의료 윤리 원칙(자율성, 선의, 무해성, 정의)**의 재해석이 필요하다.

 

  법적·윤리적 균형을 위한 제도 개선 방향

 

AI 의료 진단이 보편화되는 흐름 속에서, 단순한 기술 규제가 아닌 ‘법적 정체성’과 ‘윤리적 기준’의 재정립이 시급하다. 첫째, 현행 의료법의 ‘의료 행위’ 정의를 재검토하고, AI에 의한 진단 및 처방을 제도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법적 범주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둘째, AI 시스템의 판단 과정에 대해 설명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 AI 알고리즘에 대한 투명성 기준과 성능 인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셋째, 환자가 AI 진단을 받을 경우, 사전 고지 및 동의 의무를 법제화해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알 권리를 명확히 보장해야 한다. 넷째, 의료기관과 개발사가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구조를 마련하고, 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 기준, 보험 제도, 책임 분담 모델 등을 정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료진 역시 AI를 단순 도구로 보기보다, 윤리적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윤리교육과 법적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기술만으로 의료를 완성할 수는 없다. 기술과 인간, 법과 윤리가 균형을 이루는 의료 생태계가 필요하다.

 

  AI의 진단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사회의 결정이다

 

AI는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질병을 진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기술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 판단에 투입되는 순간, 기술력 이상의 것이 요구된다. AI 의료 진단의 법적 효력은 단순한 법 해석 문제가 아니라, 의료의 본질을 어디까지 기술에 위임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 윤리 문제와 맞닿아 있다. 지금까지의 법체계는 인간 의사의 판단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왔지만, 미래에는 AI와 인간이 협력하는 복합적 진단 구조에 맞는 새로운 법적 틀이 필요하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도, 그것이 인간의 존엄과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의료는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은 도구이지 결정권자가 아니다. 우리가 의료 AI를 받아들이는 방식이야말로, 기술보다 더 중요한 사회의 선택이 될 것이다.